전기공사 초보라면 알아야 할 케이블 트레이 자재와 공구|‘마루보’가 대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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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공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였다.

당시 현장에서는 한창 케이블 트레이 설치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소장님이 나를 부르더니 말했다.

“마루보 가져와.”

마루보?

처음 듣는 말이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더니 이번에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마루보 가져오라고!”

그렇다고 초보인 내가 갑자기 마루보가 뭔지 알 리가 있나.

‘보라고 했으니까 뭔가 길쭉한 철 같은 건가?’

나름대로 추리를 한 뒤 현장에 있던 기다란 철 막대를 하나 들고 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소장님이 말한 ‘마루보’는 전산볼트였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닌데 당시에는 정말 어질어질했다.

“아니, 전산볼트면 전산볼트지. 그게 마루보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

아마 전기공사에 처음 들어온 사람이라면 비슷한 경험을 한 번쯤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전기공사 초보자가 케이블 트레이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트레이 자재 이름과 기본 공구를 내가 현장에서 배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전산볼트를 왜 ‘마루보’라고 부를까?

그날 집에 돌아와서 ‘마루보’가 대체 무슨 뜻인지 찾아봤다.

그런데 검색해도 내가 찾는 전기공사 자재가 바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건설 현장에는 일본어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이는 옛 현장 용어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게 생각났다.

찾아보니 일본어 丸棒(まるぼう·마루보우)​은 말 그대로 둥근 막대, 즉 round bar를 뜻하는 표현이었다.

내가 있었던 현장에서는 긴 원형 막대 형태의 전산볼트를 소장님들이 ‘마루보’라고 부르고 있었다.

아마 현장에서 사람을 거쳐 구전되면서

마루보우 → 마루보

정도로 짧아진 게 아닐까 싶다.

다만 모든 전기공사 현장에서 전산볼트를 마루보라고 부르는 것은 아니다.

현장마다 사용하는 은어도 다르고 세대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초보라면 현장 은어와 실제 자재 이름을 같이 알아두는 것이 좋다.

나는 가능하면 ‘전산볼트’처럼 정식으로 통하는 자재명을 먼저 익히는 것을 추천한다.

전기공사 초보라면 케이블 트레이부터 익혀두자

전기공사 현장에 들어가면 배관 작업과 함께 비교적 초기에 접하게 되는 작업 중 하나가 케이블 트레이 설치다.

전선을 입선하기 전에 전선이 지나갈 길을 만들어야 하고, 특히 여러 회로나 간선 케이블이 지나가는 구간에서는 케이블 트레이가 많이 사용된다.

문제는 초보에게 트레이 자체보다 자재 이름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소장님이나 선배가

“전산볼트 가져와.”

“홀다운 가져와.”

“빔클램프 더 있어?”

라고 말하는데 자재 이름을 모르면 일단 포터 앞에서 멈추게 된다.

분명히 챙기라서 다 챙겨서 왔는데 뭔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전기공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누가 자재를 하나하나 교과서처럼 설명해주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트레이 작업을 한다면 아래 자재들 정도는 이름을 먼저 외워두면 상당히 도움이 된다.

케이블 트레이 시공에 자주 사용하는 기본 자재

1. 케이블 트레이 바디

말 그대로 케이블이 지나가는 트레이 본체다.

현장에서는 필요한 길이에 맞게 절단하거나 여러 본을 연결하면서 시공한다.

트레이 종류와 규격은 현장에 따라 달라지지만, 초보라면 우선 “이게 트레이 본체구나” 정도부터 확실하게 알아두면 된다.

2. 트레이 행거 또는 C찬넬

트레이를 천장에 매달아 지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자재다.

현장 상황에 따라 트레이 행거를 사용하기도 하고 C찬넬을 절단·가공해서 지지대를 만들기도 한다.

처음에는 완성된 모습만 보지 말고

트레이가 무엇에 올라가 있고, 그 행거는 천장에 어떻게 고정되어 있는지

순서대로 살펴보면 구조가 금방 이해된다.

3. 전산볼트

바로 내가 처음 현장에서 ‘마루보’라고 들었던 자재다.

천장에서 트레이 행거를 내려 지지할 때 자주 사용한다.

전산볼트를 필요한 길이로 절단하고, 너트를 이용해 행거의 높이를 맞추면서 트레이 레벨을 잡는다.

4. C형 클램프·빔클램프

천장에 철골이나 H빔 등 고정할 수 있는 구조물이 있을 경우 사용하는 자재다.

빔에 클램프를 설치하고 전산볼트를 연결해 트레이 행거를 내리는 식으로 사용한다.

어떤 클램프를 사용할지는 현장 구조와 시방, 하중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진다.

5. 드롭인 앵커·세트 앵커

콘크리트 천장에 전산볼트나 지지 구조물을 설치해야 할 때 사용하는 앵커류다.

철골 구조물에 클램프를 설치하는 현장도 있지만 콘크리트 천장에 직접 앵커를 시공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함께 알아두면 좋다.

6. 홀다운 클램프

트레이와 트레이 행거를 고정해주는 자재다.

트레이를 행거 위에 올려놓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도록 제대로 고정해야 한다.

현장에서 “홀다운 가져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바로 무엇을 말하는지 알 정도면 초보 단계에서는 상당히 편하다.

7. 트레이 커넥터와 볼트·너트

트레이 한 본으로 모든 구간을 시공할 수는 없기 때문에 트레이와 트레이를 계속 연결해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트레이 커넥터와 체결용 볼트·너트다.

제품과 현장에 따라 사용하는 규격은 다를 수 있으니 실제 자재 규격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8. 접지 본딩 자재

금속제 케이블 트레이는 단순히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현장의 설계와 시공 기준에 따라 트레이 구간의 전기적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본딩 점퍼 등 접지·본딩 자재도 확인해야 한다.

초보일 때는 트레이를 연결하는 데만 정신이 팔리기 쉬운데, 이런 부분까지 같이 보면서 배우면 훨씬 빨리 전체 공정이 눈에 들어온다.

트레이 자재 이름부터 외우면 일이 빨리 보인다

정리하면 처음에는 아래 정도부터 기억해두면 된다.

트레이 바디 → 트레이 행거/C찬넬 → 전산볼트 → 빔클램프/C형 클램프 또는 앵커 → 홀다운 클램프 → 커넥터 → 볼트·너트 → 접지 본딩

이 흐름을 알고 현장을 보면

“아, 지금 천장에서 전산볼트를 내리고 있으니까 다음에는 행거를 설치하겠구나.”

“트레이가 다 올라갔으니까 이제 연결하고 고정하겠구나.”

하는 식으로 다음 작업이 조금씩 예상되기 시작한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하다.

초보 때는 기술이 부족한 게 당연하다.

하지만 다음 작업에 필요한 자재라도 미리 챙길 수 있으면 선배 입장에서도 일을 가르치기가 훨씬 편하다.

케이블 트레이 시공할 때 자주 사용하는 공구

자재 이름을 알았다고 끝이 아니다.

결국 그 자재를 가공하고 체결할 공구가 필요하다.

내가 현장에서 트레이 작업을 하면서 자주 사용했던 기본 공구들은 다음과 같다.

그라인더

철 작업을 한다면 정말 자주 만나게 되는 공구다.

C찬넬이나 전산볼트, 각종 철제 자재를 현장 치수에 맞게 절단할 때 사용한다.

다만 불꽃이 많이 발생하고 절단석을 사용하는 공구이기 때문에 보호구 착용과 주변 가연물 확인은 기본이다.

스텝드릴 비트, 소위 ‘스텝기리’

철판 등에 필요한 크기의 구멍을 가공해야 할 때 유용하다.

현장에서는 흔히 스텝기리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정확히는 스텝드릴 비트라고 알아두면 된다.

18V급 충전 드릴·임팩트류

천공이나 볼트 체결 등 트레이 작업에서 계속 사용하게 되는 기본 전동공구다.

정확히 어떤 장비를 사용할지는 작업 내용에 따라 달라지지만 충전 공구는 거의 항상 가까이에 두고 작업하게 된다.

라쳇 핸들과 복스알

그리고 내가 초보자에게 특히 기억해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라쳇 핸들, 현장에서 흔히 말하는 ‘깔깔이’와 복스알​이다.

내가 경험한 현장에서는 트레이 체결 작업을 할 때 14mm 복스알과 라쳇 핸들을 굉장히 자주 사용했다.

물론 볼트 규격은 트레이 제조사와 현장 자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14mm가 모든 현장의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사용하는 볼트 규격을 확인한 뒤 거기에 맞는 복스알과 라쳇을 미리 챙겨두는 습관은 정말 좋다.

선배가 볼트를 잡고 있는데 옆에서 복스알 찾으러 다니는 것보다 먼저 공구를 준비해두는 사람이 일을 훨씬 빨리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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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라인더 대신 밴드쏘도 꽤 괜찮았다

최근에는 트레이 작업을 하면서 디월트 밴드쏘도 사용하고 있다.

이게 생각보다 꽤 요물이다.

그라인더로 철재를 자르면 특유의 큰 소음과 불꽃이 발생하는데, 밴드쏘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절단할 때 불꽃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작업하기 편했다.

특히 철재를 반복해서 절단해야 하는 규모가 큰 현장에서는 상당히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밴드쏘 역시 절단 공구인 만큼 끼임이나 절단 위험이 있으므로 안전수칙과 제조사의 사용방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처럼 무조건 그라인더부터 찾기보다는 작업 조건에 따라 밴드쏘를 함께 사용하는 것도 괜찮다고 느꼈다.

처음부터 기술을 다 알 필요는 없다

전기공사를 처음 시작하면 정말 모르는 단어가 많다.

전산볼트 하나를 놓고도 어떤 사람은 전산볼트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현장 은어를 사용한다.

거기에 트레이, 행거, 홀다운, 빔클램프, 찬넬, 앵커….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외국어나 다름없다.

나도 처음에는 ‘마루보 가져오라’는 한마디를 못 알아들어서 기다란 철 막대를 들고 갔던 사람이다.

그런데 하나씩 자재 이름을 알고 나면 어느 순간부터 현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재의 이름을 알고 → 어디에 사용하는지 알고 → 필요한 공구를 알고 → 다음 작업을 예상하게 되는 것.

나는 이 과정이 현장 일을 배우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전기공사를 처음 시작해서 케이블 트레이 작업을 하게 됐다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은 전산볼트가 무엇인지, 내일은 홀다운이 무엇인지 하나씩 익혀도 충분하다.

그리고 혹시 현장에서 또 처음 듣는 이상한 단어가 나오더라도 너무 당황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도 그랬다.

‘마루보’도 결국 알고 보니 전산볼트였다.

함께 확인할 내용: 케이블 트레이 폭 계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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